쉬어가는 마당/재미있는 외국이야기

용기와 무모함

신바람맨/HL4CCM/김재호 2024. 4. 4. 16:58

                 ●재미있는 외국이야기-180●

                         “용기와 무모함”

당랑.

사마귀를 일컫는 한자표기다.

어릴 적 유행했던 중국무협영화에 정통 소림권법에 대항하는 사악한 무리들이 자주 사용했던 권법에 당랑권이 있었다.

유년시절 들판에 친구들과 노닐며 방학이면 했던 곤충채집. 메뚜기, 방아깨비, 여치, 매미 등 그러나 사마귀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낫처럼 생긴 불균형한 앞발과 머리의 괴이한 모습은 보는 것 자체가 두려움이었다.

또한 그 시절 창궐했던 손과 몸에 생기는 물사마귀를 이놈이 낫같이 날카로운 앞발과 입으로 갉아 먹는다는 검증되지 않은 낭설까지 난무했다.

당랑거철(螳螂拒轍).

​한자 그대로 보면 사마귀가 수레를 막아선다는 뜻으로, 크게 지 분수도 모르고 큰 힘을 가진 자에게 덤비는 무모함을 가리키거나,

​혹은 그러한 힘 차이에도 불구하고 도전하는 용기를 가리킬 때 쓰는 고사성어(故事成語)다. 보통, 전자의 의미로 쓰이는게 대부분이고, 오늘 풀어갈 이야기도 그렇다.

​이 당랑거철(螳螂拒轍) 고사(古事)의 출전(出典)은 전한시대 회남왕 유안이 저술한 『회남자淮南子)』로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중국 춘추시대 초기 제나라의 장공이 어느날 수레를 타고 길을 지나고 있던 중에 있었는데, 길에서 한마리 사마귀가 제장공의 수레를 막아서 수레 바퀴를 향해 앞발을 치켜들고 있었다고 한다.

​사마귀를 몰랐던 제장공이 이를 신기하게 여겨 주위에 저것이 무엇인지 물으니, 이르되 '사마귀라 하는 것인데, 어떤 것이든 자신의 앞에 있으면 저리 날카로운 앞발을 들고 서 있습니다. 그러나 융통성이 없어 그저 앞을 막기만 할 뿐 뒤나 옆으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라고 했다.

​이에 제장공은 ‘만일 사람이었다면 무서운 용사일 것이다’라면서 사마귀에게 경의를 표하고 수레를 돌려 지나갔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당랑거철(螳螂拒轍) 고사성어(故事成語)의 뜻이 상술한 것 중 후자에 더 가까워 보일 것이다.

그런데 왜 전자의 의미로 더 쓰이는 것일까. 이는 이후 나온 여러 서적에서는 이 사례를 부정적으로 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현재도 그렇고.

장자(莊子)에서는 당랑거철(螳螂拒轍)의 일화를 들면서, ‘(사마귀가 수레에 맞서는 것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짓을 하다가는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리게 되는 일’이라 전하고 있다.

​당랑거철(螳螂拒轍).

보기에 따라서는 호기로운 용기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능력과 상대의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이러한 행동은 용기가 아닌 만용과 무모함으로 봐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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