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마당/재미있는 외국이야기

동쪽과 동방

신바람맨/HL4CCM/김재호 2024. 3. 18. 09:26

          ●재미있는 외국이야기-175●

                  “동쪽과 동방”

今天我做东吧

(찐티엔 워 쭈오 똥 바)

“오늘은 내가 쏠게”

중국 식당에 가면 자주 듣는 멘트다.

글자 그대로 직역하면 “오늘 제가 동쪽을 할게요" 라는 말입니다.

중국에서는 동쪽의 역할이 주인됨의 의미로 쓰입니다.

전통적인 남향집을 봤을 때 동쪽과 서쪽에 사랑채가 있었는데 그 중 동쪽에는 주인이 머물고, 서쪽엔 손님이 머물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내가 동쪽 역할을 하겠다는 말이 주인역할, 돈을 내겠다는 의미로 옮아 왔답니다.

우리나라 옛서원에도 동재, 서재가 있었는데 동쪽에 선배들이 머물렀다고 합니다.

중국 전통문화에서 “동쪽”은 어떤 의미인가?

동해용왕(東海龍王)의 이름은 오광( 敖廣)으로, 사해용왕(四海龍王) 중의 맏형으로 해저 세계를 통솔하며 세상의 기후와 비바람을 관장합니다.

사해용왕은 모두 동해용왕의 동해 용궁에서 모임을 가지는데, 다른 삼해용왕들은 항상 "큰형님"이라고 존칭해야 합니다.

서유기에서도 천정(天庭, 신화에서 천신이 사는 곳)을 진수한 4대천왕(四大天王)이 봉신연의(封神演義)에 등장하는데, 큰형님을 봉신 전에는 마례해(魔禮海)라고 불렀고, 봉신 후의 관직명은 동방지국천왕(東方持國天王)이라고 불렀습니다.

그의 무기는 비파(琶波)이며 그가 지키는 지경은 동승신주(東勝神洲)인데 이곳은 손오공이 태어난 곳이기도 합니다.

[어떤 지역에서는 4대천왕의 우두머리로 북방다문천왕(北方多聞天王)을 꼽기도 하고, 어떤 지역에서는 우두머리로 남방증장천왕(南方增長天王)을 꼽기도 한데, 문화가 다르고 신앙이 다를 뿐입니다]

귀에 익은 단어들을 다시 한번 열거해 보면 "동도주(東道主, 주최국), 자기동래(紫氣東來, 상서로운 기운이 동쪽에서 오다), 동상부마(東床駙馬, 제왕의 사위), 방동(房東,집주인), 동궁태자(東宮太子)..."

"동위상수(東爲上首, 동쪽이 가장 상석이다)", 이것은 중국 전통문화의 일부분이며, 면면히 이어온 오천년 역사 속에서 이런 관습이 형성되었습니다.

쉽게 말해 '동(東)'이 가장 상석이고, '서' '남' '북'은 '동'보다 한 단계 아래라는 것입니다.

고궁에 있는 동서육궁(東西六宮)도 사실 처음에는 동육궁(東六宮)을 존귀하게 여겼지만, 이후 옹정황제 때 부터 황제가 양심전으로 거처를 옮겼기 때문에 일부 총비(총애를 받는 왕비)들은 '서육궁(西六宮)'으로 거처를 옮겼고 황후는 보통 동쪽에 거주했습니다.

동태후(東太后)의 실권도 서태후(西太后)보다 높았습니다. 서태후(西太后) 자희(慈禧)는 줄곧 동태후(東太后) 자안(慈安)을 꺼려했습니다.

명나라 대재자(大才子) 양신(楊慎)의 "장강 동쪽에서 물이 세차게 흐르고 물보라가 영웅을 삼킨다"는 구절이 웅장하여, 나관중(羅貫中)이 그의 대작 《삼국연의(三國演義)》의 첫머리에 인용하였습니다.

중국도 자신을 '동방'이라고 부르고, 자기들과 견주어 유럽 미국은 '서방'이라고 부르기를 좋아하였습니다. 사실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미국은 중국의 동방에 있어서 그저 비교대상이 다를 뿐입니다. 그래서 상하이에 '동방명주(東方明珠)'가 있고, 홍콩을 '동방의 진주(東方之珠)'라고도 불렀습니다.

동쪽에서 해가 뜨면 동쪽에서 태양을 가장 먼저 볼 수 있고, 주역으로 따지자면 동쪽이 양이기 때문에 중국 전통문화에서 '동'이 존위가 되는 것은 신기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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