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마당/재미있는 외국이야기

울면의 진실

신바람맨/HL4CCM/김재호 2024. 1. 12. 18:42

        ●재미있는 외국이야기-154●

               “울면의 진실“

중국집 잘 하는 맛집 여부의 평가 기준 중 하나가 메뉴판에 군만두가 있고, 없고이다.

탕수육을 시키면 서비스로 나오기 시작한 군만두는 실상은 손으로 직접 빚은 만두가 아닌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만두이다.

그래서 언제부터 인가 중국집 메뉴판에서 군만두나 물만두가 사라지기 시작한 이유이다.

메뉴판에 아직 만두가 있다면 그 만두는 주인장이 손으로 직접 빚은 수제 만두가 분명하다.

맛집의 바로미터가 되는 이유이다.

그리고 한가지 더 눈여겨 볼 메뉴는 바로 울면이다.

울면이 있고, 없고가 주문 하지 않고도 알 수 있는 맛집 여부의 귀중한 잣대이다.

전분을 넣어 걸쭉하다 못해 뻑뻑하기까지 한 맑은 국물이 특징인 국수요리다.

중국요리인 원루몐(溫滷面, wēnlŭmiàn, "따뜻한 국수"라는 뜻)에서 유래했다.

중국집들은 대개 해물이 들어간 삼선울면을 판다.

조리법은 우동과 거의 동일하나 물전분이 더 들어간 형태다.

고추를 사용하여 얼큰한 맛을 내는 짬뽕과는 달리 원 재료의 맛이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에 적어도 저급한 재료를 쓰지는 않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짬뽕과 가격이 같거나 더 쎄다. 굴소스가 들어가기도 하고.

동네 반점에서 같은 가격으로 판다면, 백발백중 우동 메뉴에 물녹말만 풀어서 파는 경우다. 80년대에는 짜장면이 1,000원이면 우동은 같은 가격, 울면은 1,200~1,300원(짬뽕과 비슷한 가격) 정도였다. 우동에다 물녹말만 넣은 것보다 비싼 이유는 해산물과 볶은 돼지고기가 좀 더 들어가기 때문이다. 양도 좀 더 많고.

흔히 중국집 주방장의 실력을 평가하는 척도로 짬뽕 국물을 드는 경우가 많은데, 비린 맛의 원천인 해산물과 달걀을 함께 사용하는 울면은 고추기름을 사용하지 않고,

위에 쓰여있듯 저급 재료를 사용할 경우 소금과 후추를 대량 살포해야 하는 등 곤란한 상황이 생긴다. 따라서 울면이 그 집 주방장 실력과 신선한 재료 여부를 판단하는 데 더욱 중요한 지표가 될 수도 있다.

전분을 넣은 음식이 으레 그렇듯 너무 끊어먹게 되면 침의 아밀레이스에 의해 녹말이 분해되어 걸쭉함이 사라지게 된다.

짜장면을 끊어먹게 되면 물이 생기는 것과 같은 이유다. 본인이 면을 끊어 먹는 습관이 있다 싶으면 앞접시에 조금씩 덜어 먹으면 끝까지 걸쭉한 울면을 먹을 수 있다.

재료 준비가 까다로워서 그렇지, 요리법 자체는 의외로 간단한 편이라 간혹 집에서 해먹는 사람들도 있다.

짬뽕이나 우동과 같은 온도라고 하더라도 녹말 안에 열기를 품고 있어 짬뽕이나 우동 먹듯 먹었다가는 입천정을 데기 십상이다.

 

'쉬어가는 마당 > 재미있는 외국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양위, 술 꺽는 행위  (1) 2024.01.15
금문도(金門島진먼다오)의 칼  (0) 2024.01.14
너무나 비슷한 광동어  (1) 2024.01.09
棒(봉)  (0) 2024.01.06
중국식탁과 레이지 수잔  (2) 2024.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