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마당/재미있는 외국이야기

중국식탁과 레이지 수잔

신바람맨/HL4CCM/김재호 2024. 1. 5. 09:34

     ●재미있는 외국이야기-151●

      “ 중국식탁과 레이지 수잔 “

Lazy Susan(레이지 수잔)

고급 중식당에 가보면 테이블 중앙에 원형으로 된 돌림판이 설치된 것을 볼 수 있다.

먼 곳에 놓인 요리를 먹고 싶다면

회전판을 돌리면 그만이다.

손을 뻗거나 접시를 옮기지 않고도

누구나 자신의 자리에 앉아 여러 음식을 나눠 먹을 수 있다.

중국어로는 찬쭈어주안판(餐桌轉盤)이라고 하는 이 회전판의 이름은 한번 들으면 잊기 힘들다.

중식당을 대표하는 물건에 서양식 이름, 그것도 ‘게으른 수잔’이라니 말이다.

중식당 식탁 외에도 레이지 수잔은

편리함을 앞세워 주방 가구로 활약하고 있다.

Lazy Susan(레이지 수잔)은 「(식탁 중앙의 조미료 등을 올려 놓는) 회전식 쟁반 / (선반·탁자 따위에 설치된) 회전판」을 뜻하는데요, 이런 뜻을 가지게 된 데에는 다음과 같은 유래가 있습니다.

남북전쟁 이전의 남부의 농장주들 중에는 일을 아주 엄격하게 시키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반면에 어떤 농장주들은 노예들, 그중에서도 특히 부엌일을 보는 하인들에게 상당한 자유 재량권을 주는 경우도 있었지요.

루이지애나에 살았다고도 하고 알라바마에 살았다고도 전해지는 한 젊고 영리한 하녀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각각 요리를 날라야 하는 수고를 덜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녀는 주로 와인을 나를 때 사용하던 식품용 회전 운반기를 약간 변형시켰다고 합니다.

그 하녀에게는 성(surname, family name)이 없었기 때문에 식탁 가운데에 설치된 그 원형의 회전 선반은 농담조로 「우리 게으른 수잔(our lazy Susan)」이라고 불렸다고 합니다. 후에 our는 없어지게 되고 Lazy Susan만 남아 이렇게 부르게 됐다고 하네요.

재미있는 사실은 이 회전 테이블이 ‘관시(關係)’와 관련이 깊다는 점이다. 관시는 개인적 차원을 넘는 특성적 연계를 나타내는 중국의 가치관이자 문화다.

우리는 간혹 자기소개로 알게 된 두 타인이 더 친한 사이가 되는 경험을 한다. 이런 일이 생기면 기분이 복잡하다. 치과의사나 변호사, 요가 강사를 소개해 준 경우는 괜찮지만 친구를 소개한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관시를 중요시하는 중국인들에게는 잘 일어나지 않는 현상이다. 지인 소개로 친구를 알게 되었다면 그 친구를 만날 때 소개해 준 지인도 같이 만나는 것이 예의다.

계속되는 소개로 지인의 지인까지 포함되므로 테이블은 점점 커진다. 그래서 중국집의 원형테이블은 작게는 5~6인용부터 크게는 수십 명용까지 다양하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게으른 수잔’ 이 자리 잡고 있다. 접대를 잘하는 것, 지인을 초청해서 신뢰를 보여주는 것, 그리고 여럿이 어울리며 즐거운 식사를 하는 것은 관시의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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