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마당/재미있는 외국이야기

차 도둑, 영국의 문익점

신바람맨/HL4CCM/김재호 2024. 2. 19. 10:51

         ●재미있는 외국이야기-167●

          “차 도둑, 영국의 문익점”

로버트포춘 티(Robert Fortune Tea)

영국의 대표적인 차로 명명된다.

로버트 포춘은 스코틀랜드의 식물학자의 이름이다.

유럽 차 역사의 빼 놓을수 없는 이름이지만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산업스파이 차 도둑으로 치부된다.

1600년 대에 네덜란드인이 유럽에 본격적으로 소개한 이후로 유럽 귀족 사이에 인기였습니다.

차의 생산지이자 수출항이었던 푸젠성도 덕분에 유명해졌는데요.

당시 영국에서는 귀족 부인들 사이에 차 마시기 모임이 유행했습니다.

여권(女權)이 제약됐던 당시 사회에서 귀부인들이 차 마시는 모임에 나간다는 핑계로 외출할 수 있어 여권을 신장시키는 역할도 어느 정도 했다고 합니다.

​1760년대 이후 영국이 유럽에서 제일 먼저 산업혁명에 성공하면서 귀족의 전유물이던 차를 나중에는 영국 일반 대중도 손쉽게 마실 수 있게 되었는데요

생산 효율화로 차의 공급가가 많이 낮아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습니다.

남미에서 들어오는 달달한 설탕과 우유를 섞은 아침 차 한 모금은 맛과 향도 그만이고 칼로리 보충도 해 주는 음료로, 영국 도시인의 빠질 수 없는 아침 메뉴로 떠올랐습니다.

중국차의 시장 판도가 커지자 영국 동인도 회사는 찻잎 운송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 당시 동양과 유럽을 오가는 모든 무역선에 적어도 60%는 차로 채우라고 지시했습니다. 이러면서 해상 비단길이라 불리던 푸젠-유럽 항로에서 정작 비단 수출량보다 차의 수출량이 많을 때도 있었습니다.

​영국은 차로 인해 대중 무역 적자에 허덕였는데요. 적자를 메꾸려 인도 아편을 중국에 수출했는데, 1820년 금지했음에도 무역을 하던 것이 결국 1840년 중국과의 아편전쟁의 배경이 됩니다.

아편전쟁 이전부터 영국은 차에 집착해 중국의 차 나무를 해외 식민지에서 농장화하려는 시도를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그러던 중 영국이 파견한 스코틀랜드 출신의 식물학자 로버트 포츈(Robert Fortune)이 중국 차 중에서도 고급차가 생산되는 푸젠성 우이산 차 산지에 깊숙이 잠입하는데 성공합니다.

당시 중국에서 차 재배기술이 외국으로 유출되지 않기 위해 외국인은 재배 구역에 들어가는 것이 금지되었지만 로버트 포춘은 중국옷을 입고 생활하면서 산업 스파이의 임무를 수행하였습니다.

​그는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차 재배에 대한 일련의 과정을 모두 섭렵하고 종묘, 종자, 그림 등을 곁들인 상세한 보고서를 수시로 본국에 보냈습니다.

그것도 부족했는지 차 재배 기술자를 무려 8명이나 포섭하여 인도로 데려갔는데요. 마침내 영국의 숙원이었던 양질의 찻잎을 대량으로 재배해 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유럽이 수입하던 푸젠 차는 이후 인도산으로 점차 대체되었습니다. 이렇게 차 수출 중심지의 무대에서 푸젠성은 그만 그 찬란한 지위를 동남아에 넘겨주고 무대에서 쓸쓸히 내려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반면 인도, 동남아의 몇 개 나라는 지금까지 차 수출국의 명예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식물학자 로버트 포춘은 험지에서 천신만고를 조금도 개의치 않는, 어찌 보면 당시로서는 대단한 열정가였으나 지금에 와서는 희대의 ‘차 도둑놈’으로 회자되기도 합니다.

​지금은 중국 도처에 길거리에, 태평양을 향하는 바다를 배경으로 스타벅스 간판이 보이는데요. 두 블록 건너 중산로에는 티엔푸(天赋),빠마(八马)와 같은 푸젠성 토종 차 브랜드 가게도 있습니다.

커피와 푸젠 차가 이토록 평화롭게, 그러나 치열하게 공존하고 있건만, 정작 푸젠 차 한 잔에는 개인과 나라의 욕망과 한이 거대한 역사의 한 조각으로 무심하게 녹아 있는 것만 같습니다.

'쉬어가는 마당 > 재미있는 외국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벌거숭이와 赤子(적자)  (0) 2024.02.23
적십자와 홍십자  (0) 2024.02.20
용과 드래곤  (1) 2024.02.12
빼갈, 그리고 고량주  (0) 2024.02.09
Eton College  (1) 2024.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