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중국이야기-111●
"국적없는 한국의 중국음식"
한국의 중국식당에는 중국인들이 일상적으로 즐겨 먹는 요리는 없다.
한국의 중화요리 메뉴이름의 유래에 대해서 대표적인 것들을 중국인 친구들의 도움으로 나열해 본다.
간짜장의 한자는 건작장 중국어로는 '깐짜장(乾炸酱ganjiajiang)' 인 것 같다. 한자음이 아니라 중국음에서 유래된 이름임을 알수 있다.
일반 짜장면은 춘장과 돼지고기 양배추, 양파 등을 볶고 갖은 양념으로 간을 맞춘 다음에 물과 전분을 넣어 걸쭉하게 농도를 맞추지만, 간짜장은 이 과정을 생략한 '마른(乾) 짜장면이다. 사실 짜장 고유의 맛을 살린 이 간짜장이야말로 짜장면의 원형에 가깝다 할 수 있다.
유니짜장은 돼지고기를 잘게 다져 넣은 짜장면 인데, 한자로는 육니(肉泥) 중국어로는 로우니(rouni)이다. 육은 돼지고기, '니泥'는 갈거나 다지는 조리법이다. '기름지다'라는 의미의 중국어 '유니(油膩'youni )에서 온 이름으로 보는 이도 있다.
삼선짜장의 삼선(三鲜 sanxian)은 원래 세가지 해물(海鲜)이라는 의미이다. 새우, 전복, 해삼을 가리키는 것이 보통 이지만 한국에서는 비싼 전복대신에 오징어나 가리비를 쓴다.
울면과 기스면을 보자. 울면은 면을 물녹말에 말아내는 면이다. 울면의 '울'은 온로(温滷)로 적는다. 중국어로는 원루(wenlu)로 발음된다. '원루면'이 줄어서 울면이 되었을 터이다. 기스면은 닭고기를 가늘게 썰거나 찢어 고명으로 얹은 면이다. 한자로는 계사면(鸡丝麵) 중국어로는 지시멘(jisimian)이다. 계(鸡) 는 닭고기, 사(丝) 는 실처럼 가늘게 채 썰거나 찢는 조리법이다.
요리부에선 탕수육이 맨 앞자리를 차지한다. 짜장면에 곁들여진 탕수육은 그야말로 금상첨화이다. 한자로는 탕초육(糖醋肉) 중국어로는 탕추러우(tangcurou) 이다. 중국음 '탕추'와 한자음 '육'이 뒤섞이고 살짝 변한 이름이다. 당초 또는 탕추(糖醋)는 설탕과 식초라는 뜻이다.
돼지고기를 이용한 요리중 난자완스도 있다. '난'은 배 부위의 연한살을 뜻하는 남(腩 Nan)'의 중국음이다. '자'는 지짐을 뜻하는 '전' 이다.완스는 완자라는 뜻이다. 한자로는 환자(丸子) 중국음으로는 완즈(wanzi)이다. 난자완스의 '완스'나 다진 고기를 둥굴게 빚어서 기름에 지진 음식인 우리의 '완자' 모두 한자음도 중국음도 아닌 어정쩡한 발음인 것 같다.
닭고기를 주재료로 한 요리로는 라조기와 깐풍기가 있다. 라조기와 깐풍기의. '기'는 기스면의 '기'와 마찬가지로 계(鸡) 즉 닭고기라는 의미이다. 라조는 고추를 뜻하는 라쟈오(辣椒 lajiao)가 변한 발음이다. 고추와 닭고기를 합성하여 요리이름을 만들었다.
깐풍기는 부글부글 끓는 기름에 넣었다 빼는 조리법이 팽(烹)이고 여기에 갖은 양념을 넣고 거의 국물이 없어질 때까지 졸이는 조리법이 간팽(乾烹)이다. 깐풍은 이 간팽의 중국음 깐펑(ganpeng)이 변한 발음이다.
류산슬의 류(溜liu)는 달콤한 녹말 소스를 끼얹은 조리법이다. 산슬은 세가지(三) 재료를 실처럼 가늘게 썰거나 찢은 채(丝)이다. 야채 세가지를 채 썰고 녹말 소스를 끼얹어 살짝 익힌 요리가 류산슬이다. 류산슬이라는 이름은 류삼사(溜三丝)의 중국음 류산(liusansir)이 변한 이름이다.
앞의 요리하곤 달리 팔보채(八宝菜 babaocai)와 오향장육(五香酱肉 wuxiangjiangrou)은 중국음이 아니라 우리 한자음 이름 그대로다.
중국음식에 술이 빠질 수 없다. 그것도 빼갈이라야 제격이다. 백주(白酒 baijiu)는 중국 증류주를 아울러 이르는 말로, 빼갈은 이 백주의 별명이다. 그러니까 수백만원 호가하는 증류주부터 한국의 중국집에서 파는 저급 증류주까지 모두 빼갈 이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 있다.
한자로 백간아(白干儿)로 쓴다. 빼갈은 중국음 빠이갈 (baiganr)이 변한 말이다. 고량주( 高粱酒gaoliangjiu)는 이 빼갈 가운데서 고량, 즉 수수를 주 원료로 빚은 술이다.
한중수교 이후 부터 시작된 중국 요식업계의 변화는 앞으로도 더 가속화 될 것이다. 이제 우리도 비싸고 천편일률적이고 맛없는 중국음식 대신 다양하고 싸고 맛있는 중국음식을 경험해 보는 것도 괜찮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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