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마당/재미있는 외국이야기

어설픈 피임도구

신바람맨/HL4CCM/김재호 2023. 7. 28. 11:43

            ●재미있는 중국이야기-109●

                  “어설픈 피임도구”

1993년 수교 이후 중국 첫발을 디뎠을 때 놀랐던 기억중의 하나가 길거리 수많은 단체 사교춤의 무리들과 함께 약국에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던 피임도구들이었다.

그때만 해도 우리 나라에서는 진열대 밑 등 일반인에게 안보이는 곳에 두었다가 주고 받았는데,

중국의 약국에서는 피임도구만을 버젓이 유리 진열대 위에 진열해 놓고 팔고 있었다.

철저한 반공교육에 길들여진 우리에겐 폐쇄된 사회주의 국가에서의 이런 광경은 중국의 만리장성의 장대함 보다 더 큰 문화적 충격 이었다.

진열대 안에는 주로 남성용 피임기구가 진열되어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거의 그때 그 당시는 외제품(일제,독일제,미제)였으며, 가격도 엄청나게 비쌌던 것 같다.

1가구 한 자녀의 정책이 진행 됐던 시절이었지만 그 구체적인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묻기도 민감하고 까다로웠지만 반대로 참 재미있고 흥미진진했던 부분이었다.

중국 부부들의 피임은 주로 남성 쪽에서 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크게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여성 피임에 필요한 대량의 피임약의 공급이 원활 하지 못한 것과 다른 하나는 가정에서 여성의 파워가 더 세기 때문에 귀찮은 일을 남성에게 전가 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남성용 콘돔 역시 국산품을 무료로 배급했다. 그것도 처음에는 각자에게 할당하다가 나중에는 필요한 사람은 누구나 가져가게 했다. 그런데 찾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었다.

이 역시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물건을 집어가는 경우 부부생활이 그대로 노출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네것 내것 없는 사회주의 사회이지만 최소한의 프라이버시는 지키고 싶은게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그런데 이것이 그대로 드러나니 여간 재미 없는 일이 아니었다.

다른 하나는 보다 실질적이고 중요한 이유인데 국산 피임도구가 믿을 만하지 못하는데 있었다. 중국의 국산품들이 대부분 엉성하지만, 다른것은 몰라도 피임도구가 엉성하면 이건 문제가 크다.

아이를 한명 이상 낳으면 직장에서 쫓겨날 뿐만 아니라 배급도 탈 수 없어 보통 골치 아픈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문제는 나름대로 노력을 하는 데도 발생하니 참으로 서로 간에 난처하다.

때문에 각자 보다 좋은 것을 찾다 보니 외제가 판을 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남아 선호사상이 지금 많이 사라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의 위안이고 '저 포도는 시다'는 심리 일뿐 현실은 그렇치 않다.

도심에 사는 사람들의 경우 아예 마음의 준비를 갖추고 '여자애가 더 좋다'는 '신포도 이야기'로 위안을 삼는다. 반면에 도시 변두리의 경우 그 정도의 의식수준은 되지 않고, 그렇다고 농촌처럼 몰래 낳을 수도 없기 때문에, 결국 잔인한 유기를 택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