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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 수마의 불편한 진실

신바람맨/HL4CCM/김재호 2023. 6. 20. 12:05
      ●재미있는 중국이야기-97

     “양주 수마의 불편한 진실"

양주 수마(瘦馬).
양주의 수척한, 마른 말 이라는 의미이다.

마른 말을 전쟁에 사용할 있었을까?

옛날 () 장수들은 삐쩍 마른 , 수마(瘦馬)” 사다가 먹여. 키운 다음, 이를 비싼 값에 팔아 돈을 벌었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으로 인신매매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가난한 집안의 여자 아이들을 사다가 먹이고 가르쳐, 적당하게 자라면 부자나 상인들에게 팔아서 거액의 돈을 챙겼다.

우리말에서()”수척(瘦瘠)”이라는 단어에 쓰인다.

이러한 인신매매는 중국의 명청(明淸) 시기 양주(揚州/지금의 강소성 양주 지방)에서 성행하였으므로, 매매된 소녀들을양주(揚州) 비쩍 마른 이라는 뜻의양주(揚州) 수마(瘦馬)”라고 불렀다.

명청 시기의 양주(揚州) 매우 번화한 곳이었으며, 미인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였다.

명청 시기, 양주는 많은 상인들이 몰려드는 곳이었다. 많은 염상(鹽商/소금 상인)들은 양주의 화류계(花柳界)에서 돈을 뿌렸으며, 비쩍 마른 말들은 그들의 돈으로 토실토실 살이 오르게 되었다.

양주지방에서는, 위로는 권문세가, 아래로는 일반 백성들의 집에서 조차마른 기르는 일을 하였는데, 적으면 , 많으면 수십명씩 길렀다. 사실마른 기르는 풍조는 양주지역 뿐만 아니라, 지금의 강소성 일대의 남경(南京), 소주(蘇州) 등지에서도 유행하였다.

​“마른 기르는 일은, 먼저 용모가 괜찮은 여자 아이를 사온 다음 가르치는 것이다. 훗날 많은 돈을 받기 위하여 그림과 글씨, 바둑과 장기, () 시부(詩賦) 등을 가르쳤다.

아울러 예교(禮敎) 부도(婦道) 가르치고, 나설 때와 물러설 때를 알게 하고, 본처의 적자(嫡子) 모시는, 실수하지 않는 , 남자들로 하여금 신경 쓰지 않게 하는 등을 익히게 되었다.

마른 팔려가기에 적당한 나이가 되면, 매파(媒婆)들이 몰려들고, 부자들은 노비들을 데리고 와서 직접 골라가기도 하였다. 이러한 매매에서마른 들은 사람이 아니라물건이자 "상품"이었다.

​“마른 거래의 중개인을흰개미라고 불렀는데, 이들은 달라붙지 않는 곳이 없는 개미와 같다고 해서 이런 별칭을 얻게 되었다.

거래할 때에, 구매자는 (여자) 자색(姿色) 가장 중요시하였고, 재능은 다음으로 보았다.

몸매, 작은 , , 들을 살펴 , 걸어보기(walking) 시키면서 자세히 관찰하였다. 일단 몸매 관찰이 끝나면, 재능 테스트를 하게 되었다.

명말청초의 산문가 장대(張岱) 지은 《도암몽억/陶庵夢憶》은 명나라가 멸망한 , 청나라 건륭 40(1775) 되어서야 세상에 출현하였다.

책은 작가 자신이 겪은 잡다한 세상일들을 기록한 산문집인데, 책에는마른 고르는 상황이 비교적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마른 구매를 원하는 사람들은) 마른 말을 기르는 곳에 오면, 자리를 잡고 앉는다. (주인이)차를 내오고, ‘마른 불러내어손님을 맞아라.’라고 말하면 여인은 절을 올린다.

그리고앞으로 걸어 봐라’ ‘몸을 돌려 봐라’ ‘얼굴을 보여 봐라’ ‘손을 보자라고 하면, 여인은 소매를 걷어 올리고 손과 어깨의 피부를 내보인다.

그리고나서어르신을 봐라라고 하면 살짝 곁눈질로 (구매자를) 살펴본다. ‘나이는 몇이냐?’라고 물으면, 나이를 말하면서 목소리를 듣게 된다. ‘다시 걸어 봐라라고 하면 손으로 치마를 살짝 들어 올려 발을 드러내 보인다.

하지만, 발의 생김새에 대하여 여러 가지 취향이 있는 터라, 발의 크기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너는 들어가라하고 말한다. 사람이 들어가면, 사람이 나오는데, (구매자는) 반드시 5~6명을 모두 이렇게 살펴보게 된다.....”

구매자는 이처럼 번에 구매 결정을 하지 않고, 물건이 많은 집을 군데 돌아보고 나서 비로소 결정을 하였다.

구매 결정에서 탈락된마른 소유주들에게는 약간의 , 지금 말로 하면 잔이나 커피 값을 넉넉하게 주면 되었다.

구매자의 눈에 들어 구매 결정을 받은마른 , 머리에 비녀와 머리 장식 등을 올리고 혼인을 확정하게 되었다. 비록마른 신분으로 팔려가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남자의 첩으로 채택되어 가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마른 소유주는 간단한 혼인 절차를 기록하고, 구매자의 동의가 떨어지면 거래는 완전히 성사되었다.

일반적으로 구매자가 집에 도착하기 전에, “마른 소유주는 간단한 혼수품을 집의 대문 앞에 미리 갖다놓고, 구매자가 집에 와서 반품(?)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였다. 구매 결정 후에는 반품이나 교환이 아예 불가능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구매 과정에서, 구매자는 재능도 잠깐 살펴보게 되는데, 이때마른 바둑과 악기 연주, 글씨와 그림 등을 선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구매자가 구입한 , 정작 집에 데려와 다시 재능을 테스트해보면 황당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예컨대, () 연주를 시켜보면, 곡의 부분 밖에 연주하지 못하고, 그림을 그려보라고 하면 난초와 대나무 획만을 그릴 뿐이었다.

바둑을 두어보면 거의 초보 수준이하 이고, 글씨를 써보라고 하면 글자 외에 다른 글자는 아예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구매자는 이를테면 하자있는 불량품(?) 구입한 셈이다.

이것은마른 소유주들이 흔히 사용하는 수법이기도 하고, 구매자가 용모를 너무 중시한 나머지 재능 관찰에 소홀한 결과이기도 하였다.

팔려 가면 그만인마른 들에게 비싼 돈을 들여 고급 기능을 가르칠 소유주는 없었으며, 따라서마른 출신 가운데 재예(才藝) 뛰어난 여인들은 매우 드물었다.

고대 양주(揚州) 회남(淮南) 회북(淮北) 염상들이 모이는 곳이었으며, 당시 염상들은 엄청난 () 축적하고 있었다.

그들의 사치와 향락은 황실에 못지않았으며, 이런 환경에서마른 기르기라는 새로운 업종도 출현하였다. “양주의 마른 많은 염상들의 변태적 수요 때문에 생겨난 현상이라고 있다.

마른 기르기 폭리를 취할 있는 투자였으며, 많은 사람들이 이일에 전문으로 종사하였다. 10량의 돈으로 사들여 기른 여자아이를 1500량의 돈을 받고 팔았으니, 아주 큰돈이 남는 장사였던 것이다.

물론 역사적으로 성공한 없는 것은 아니다. 명나라, 숭정(崇禎) 황제의 총애를 받았던 전귀비(田貴妃)마른 출신이었다고 하며, 당시 양주에서는 전귀비가 출생했던 곳을 전가항(田家巷)이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양주의 마른 ”, 양주수마(揚州瘦馬)”라는 역사적 용어에는, 당시 여성들이 흘렸을 맺힌 피눈물, 그들에 대한 비인간적 모욕과 학대, 고대 중국인들의 인신매매라는 죄악적 행위 등이 고스란히 내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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