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斗蟋蟀(두실솔), 가을전령사 귀뚜라미의 싸움

신바람투어/HL4CCM/김재호 2023. 8. 11. 09:23

        ●재미있는 중국이야기-116

"斗蟋蟀(두실솔), 가을전령사 귀뚜라미의 싸움"

가을의 문턱인 입추가 지났다.

가을의 대명사 코스모스와 함께 항상 회자되는 가을의 전령사, 귀뚜라미

처연한 울음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뜨거웠던 지난 여름날의 추억을

회상하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그러나 입추로 시작되는 가을의 문턱에서 중국의 귀뚜라미들은 피 비린내나는 전투를 준비중 이다.

斗蟋蟀(두실솔).

귀뚜라미 싸움으로 승부에 거액을 거는 도박의 일종이다.

중국에서는 옛날부터 귀뚜라미 마리를 싸움 붙이고 승부에 거액을 걸어 도박을 하는 풍습이 있었다.

한국의 귀뚜라미는 가을밤에 사람들의 심경을 건드려 주는 감상적인 곤충이지만 중국의 귀뚜라미는 사람을 일조일석(一朝一夕) 벼락부자를 만드는가 하면 패가망신시키는 무서운 존재이다.

북경, 남경, 상해, 항주 중국의 모든 대도시에는 귀뚜라미 시장이 있어서 언제든지 싸움을 잘하게 생긴 귀뚜라미를 마음대로 골라 있다. 싸움은 전문 투기장에서 시킨다. 투기장은 양은함지 크기의 통인데 귀뚜라미가 뛰어 넘지 못하도록 그릇 둘레가 50cm 가량 높다.

통의 가운데를 판자로 막은 다음 한쪽에 마리씩 귀뚜라미를 집어넣는다. 싸움을 시키려면 우선 흥분을 시켜야 되니까 귀뚜라미의 주인이 각기 자기 귀뚜라미에게 약을 올려야 한다.

약을 올리는 방법은 간단하다. 말꼬리로 만든 작은 붓끝으로 귀뚜라미의 머리를 살살 간지르면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간지럽고 기분이 좋은 찍찍 소리를 내며 울지만 계속해서 간지르면 나중에는 귀찮다는 화를 내게 마련이다. 귀뚜라미 마리가 모두 극도로 약이 올랐을 심판관이 가로막은 판자를 빼어낸다.

마리가 맞붙어 싸움을 시작한다. 서로 상대방의 머리를 물어뜯는데 한쪽이 도망하면 끝까지 추격한다. 귀뚜라미에게는 동족을 잡아먹는 습성이 있어서 싸움이 아주 결사적이다.

게임은 5분만에 끝나고 심판의 판정에 따라 승부가 결정되면 이긴 편이 돈을 차지한다. 판돈은 쌍방의 합의에 따라 액수가 결정되므로 한번에 채를 날리는 수가 허다하다.

귀뚜라미 투기장은 대개는 빌딩이라 안에 여관, 목욕탕, 이발소 등의 접객시설이 완비되어 있다. 사람들이 며칠씩 밤을 새우기 때문이다.

건물 광고판에는 어떤 귀뚜라미가 승으로 얼마를 벌었다든가 하는 광고가 나붙고 귀뚜라미를 비싼 돈으로 사는 사람들도 있다.

누구의 발견인지 모르겠지만 사람의 피를 빨아먹은 모기를 먹여야 귀뚜라미의 체력이 왕성해 진다고 한다.

그래서 귀뚜라미 상인이나 전문 도박사들은 일부러 웃통을 벗고 모기에게 피를 빨린 다음 모기를 잡아서 귀뚜라미의 먹이를 장만한다. 결국 자기 피를 귀뚜라미에게 먹이는 셈인 것이다.

중국의 귀뚜라미는 생물분류학에서는 50 종이지만 도박사의 기준으로 분류하면 63종이나 된다. 귀뚜라미에 관한 곤충학보다 도박이 발달된 셈이다.

귀뚜라미 싸움은 옛날 중국 궁중에서 궁녀들의 놀이에서 시작된 일이라고 한다. 때는 바로 8 추석 밝은 달밤에 궁중 후원으로부터 바람을 타고 오는 비애의 노래에 도취된 궁녀들은 촛불을 켜들고 구슬픈 노래를 연주하는 주인공을 찾아보니 귀뚜라미 무리였다고 한다. 궁녀들은 귀뚜라미를 실내로 들여와서 맛좋은 음식을 제공하여 가면서 독특한 귀뚜라미의 연주곡을 감상하였다고 한다.

그러던 중에 귀뚜라미에게는 한가지 호전적인 성질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고 한다. 때부터 궁녀들은 음악도 듣는 한편 오락으로 귀뚜라미끼리 싸움을 붙여놓고 구경하던 나머지 얼마간의 금전을 걸고 승패를 결정하는 도박으로 변하게 되었던 것이다.

궁녀들의 특별한 취미와 작은 도박이 궁내에 출입하는 고관대작까지도 알게 되었다. 흥미를 가지게 고관들은 이것을 민간으로 가지고 나오게 되면서 오락보다는 귀뚜라미를 이용한 대도박으로 변해 버리고 것이다.

귀뚜라미의 포악성을 이용한 도박은 전세계에서 중국외에는 유행된 적이 없다. 더욱이 도박이 중국에서 전국적으로 규모로 이루어지므로 귀뚜라미는 세계적인 싸움 곤충이 것이다.

싸움꾼 귀뚜라미의 사육 방법도 많이 연구되고 있는데, 우선 머리가 크고, 넓적다리도 크고, 몸이 뚱뚱한 개체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선택된 귀뚜라미를 항아리같은 곳에서 몇일간 사육하는데 몸빛이 변하고 큰턱이 단단해지고 투쟁성이 있는 것을 가장 좋은 싸움꾼으로 택하지만 지나치게 싸움을 시켜서는 된다고 한다.

이놈들이 가을에 이르면 주야를 막론하고 암놈을 부르게 되니 신체에 상처가 나기 쉬워서 특히 주의하여야 된다고 한다.

늦가을 사육법으로는 노쇠하기 쉬우니 특히 주의가 필요하고 먹이로는 콩에 밥을 섞어 찧어 먹이는데 만약에 먹지 않을 때는 지렁이의 대변을 물에 타서 먹인다고 한다.

그러나, 건강체를 만드는 비결로서는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모기를 먹여서 사육한 것이 맹장중의 맹장이 된다고 한다.